[단독] 인천 여교사도 ‘미투’…“임신이 취미생활이구만”
[단독] 인천 여교사도 ‘미투’…“임신이 취미생활이구만”
  • 장호영 기자
  • 승인 2018.02.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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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교감, 교육청 간부로 승승장구…더 좌절”
당시 교감, “기억 안 나지만, 상처 됐다면 사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피해 폭로에 이어 시인과 기자까지 ‘나도 피해자(Me Too)’라며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고백하고 심각성을 알리는 등, ‘미투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me_too’ 태그를 달고 오래 전 학교 관리자로부터 받았던 성희롱 피해를 알려,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사 A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지현 검사를 지켜보며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 당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이 여기에도 있다고, 당신 덕에 용기가 났고 이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나를 귀하게 여기고 싶은 마음이며 어쩌면 교직사회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한 일이라 손 흔들고 싶은 마음이 들어 몇 자를 적는다’고 밝혔다.

그녀는 ‘10여년 전(2006년 6월께) 발령받은 첫 학교에서 첫 아이를 임신했고, 학교 회식자리에서 소주를 권하는 B 교감에게 임신해서 술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이거 마시고 다시 만들면 되겠네”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학교를 옮기고 2년 뒤(2008년 12월께)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배가 많이 부른 상태에서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B 교감으로부터 “임신이 취미생활이구만”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 미투(Me-Too) 캠페인에 동참한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페이스북 글 갈무리 사진.

A 교사는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못하고 회식자리에서 끝까지 있던 나를, 그 출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나를, ‘그 말을 듣고도 넌 어떻게 가만히 있었니? 넌 엄마 자격이 없어, 넌 너도 너의 아이도 결국 지킬 수 없어, 바보 머저리’라고 아주 긴 시간 동안 가혹하게 비난했다”며 “그 사람이 인천시교육청 높은 자리를 거쳐 지역교육지원청 교육장을 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고 더 좌절했고 그럴수록 더 내 자신을 비난했다”고 했다.

이어서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다가 지난 1월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다시 내 자신을 비난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러다 서 검사의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 그 교감이 누구인지 실명으로 밝힌다”며 B 교감의 실명을 공개했다.

아울러 “실명을 밝히는 이유는 이 글을 읽고 단지 나를 딱하게 여기거나 용기 있다고 박수 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내가 속한 세상 속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힘을 이용해 억누르는 모든 것에 다양한 방법으로 저항해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라며 “서 검사가 나에게 준 용기로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오랜 만에 홀가분한 기분이다”라고 덧붙였다.

A 교사가 자신의 경험과 상처를 공개한 후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진실이 승리하길’ ‘이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니죠, 선생님과 같은 여러 서지현이 우리를 좀 더 용기 있게 만들 거예요’ 등 응원 댓글 수십개가 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교감이었던 B씨는 8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오래 전 일이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만약 그런 말을 했고 그것이 해당 교사에게 상처가 됐다면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에선 지난 2012년 ‘여교사 투서’ 사건 후 시교육청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상당수 여교사가 학교 관리자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그 이후 시교육청은 대책을 마련했지만, 학교 관리자의 교사 성추문 사건이 계속 언론에 보도되는 등 개선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