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도 노동자. 당연한 권리 찾아야”
“비정규직 노동자도 노동자. 당연한 권리 찾아야”
  • 강재원 인턴기자
  • 승인 2018.01.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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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호인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장

한국지엠 노사의 ‘2017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됐다. 전체 조합원 1만 3222명 가운데 1만 2340명이 참여했고, 8534명이 찬성(찬성률 69.2%)했다. 회사의 경영난은 계속되고 있고, 노사 간 풀어야할 과제는 많이 남았지만 임금협상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반면, 한국지엠 부평공장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문제가 불거졌다. 지난달 31일, 비정규직 노동자 65명에게 해고가 통보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한국지엠이 하청업체들과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1곳이 폐업하고, 업체 4곳을 변경한 것에 기인한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된 것이다.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지회)는 부당함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지난 9일, 황호인(47ㆍ사진) 비정규직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지엠과 교섭할 수 없는 비정규직지회

▲ 황호인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지회장
“비정규직지회엔 조합원이 44명 있어요. 이들 중 12명이 해고 대상에 포함됐어요.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된 것도 문제지만, 다른 문제도 있어요. 우리는 한국지엠과 교섭하지 못해요. 사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죠. 그래서 여러 하청업체와 일일이 교섭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하청업체가 변경되면,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관계나 성과가 무너져버려요. 정말 한순간에 사라지는 거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한국지엠에는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있다. 한국지엠은 정규직 노조와 교섭한다. 이번 ‘2017년 임금협상 합의’도 정규직 노조와 체결한 것이다. 사측이 정규직 노조와 교섭할 때 사내 생산하도급이나 비정규직 관련 내용을 협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뜻과 목소리를 담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 입사와 비정규직 노조 설립

황호인 지회장은 지난 2006년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하청업체에 입사했다. 당시는 부도난 대우를 지엠이 인수합병한 뒤 공장 정상화를 꾀하는 시점이었다.

“부평에는 1공장과 2공장이 있어요. 대우가 부도나고 2공장 가동을 거의 안 하던 상황이었죠. 그런데 지엠이 대우를 인수하고 2공장을 정상화했어요. 그때 사원을 대규모로 모집했죠. 정규직 정리해고자들도 복직되고, 비정규직도 많이 뽑았죠. 저도 일자리를 구하다 들어왔던 거예요”

황 지회장이 입사했을 때만 해도 한국지엠 부평공장에는 비정규직 노조가 없었다. 2007년 9월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었다. 발기인으로 20여명이 참여했는데, 이때 황 지회장도 참여했다.

“2003년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부터 산업현장 곳곳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고 있었어요. 우리도 그랬고요. 가뜩이나 노동조건이 열악한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죽했겠어요. 회사는 많은 사람을 입사시켰지만 처우에는 별로 신경을 안 썼어요. 구조조정도 발생했고요. 부당하다고 생각했죠. 어떻게든 우리 권리를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했고요”

노조를 비밀리에 만들어야했다. 사측에서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방해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조를 만드는 과정은 신중해야만 했어요. 새벽시간을 이용해 화장실ㆍ식당ㆍ탈의실 등에 유인물을 뿌렸어요. 노조를 만든다는 걸 알린 뒤에는 잘릴 각오로 활동했어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공장에서 노조 출정식을 했어요. 조합원 40여명이 모였어요. 정규직 노동자들도 참여했고요. 그때 사측에서는 수백명을 동원해 우리를 해산시키더라고요. 구타하기도 했고요. 폭력적인 진압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가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렇게 노조를 만들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어요. 노조 핵심 간부를 해고하더라고요. 사업장(하청업체)도 계약을 해지하고요. 많은 분들이 쫓겨났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포기할 수는 없어

비정규직지회는 해고당한 조합원을 복직시키기 위해 투쟁에 들어갔다. 고공농성과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는 시위 등을 병행했다. 이러한 투쟁으로 일부 조합원을 복직시키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복직 과정에서 누구를 복직시킬 것인지는 사측이 결정했다. 사측은 조합 활동에 앞장서지 않았던, 사측에 우호적인 사람들을 복직시켰다. 그렇게 복직한 조합원들은 대부분 노조를 탈퇴했다.

“배신감도 느꼈어요. 조합 운영 방향에 변화를 주는 계기였고요.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이럴 때일수록 더 똑바로 정신차려야한다고 다짐했죠. 저도 2007년에 해고됐어요. 2013년에야 복직할 수 있었고요. 생계는 실업급여로 유지했어요. 금속노조에서 1년 정도 최저생계비를 지원해줬구요. 적금을 깨고 보험을 해지하고 아르바이트도 했고요. 현행법상 직접생산공정은 비정규직 파견 대상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법파견이 만연해있죠”

사측이 비정규직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는 수단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황 지회장은 말했다. 무엇이 그 속에서 10년을 버티게 했냐고 묻자, 황 지회장은 노동자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권리를 찾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이어서 ‘이것도 신념이라면 신념이었다’고 한 뒤, 마지막으로 말을 남겼다.

“과거에는 노조라는 게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백주대낮에 공장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해도 사회는 무관심했죠.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그럼에도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죠. ‘한국지엠은 불법파견을 시정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두 차례 있었어요. 그러나 개별 당사자에게만 국한되니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안 돼요.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면 많은 사람이 힘들게 투쟁하지 않아도 되고, 소송과정에 휩쓸리지 않아도 될 텐데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면 노력해야죠. 앞으로도 제 자리를 지킬 거예요”

비정규직지회는 이번 집단해고와 관련해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예정이다. 2월에는 인천지방법원에서 ‘근로자 지위 확인’ 판결이 예정돼있다. 10일에는 카허카젬 한국지엠 사장을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들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