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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인명은 재천이 아니다김형배 노동자교육기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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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호] 승인 2018.01.08  16: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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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배 노동자교육기관 회원
강가에 가면 풍경을 음미하다가 꼭 해야 할 일을 안 했다가 생각난 것처럼 물수제비를 뜬다. 납작하고 동그란 돌을 골라 힘차게 던지고 몇 번 튀어 오르나 헤아려본다. 이제 가라앉았다고 생각하는 찰라 한 번 더 떠오르면 그게 무어라고 기분이 아주 좋다.

그런데 그 가수가 노래가 끝날 무렵 끝내지 않고 스스로 ‘한 번 더’를 외치고 후렴 두 소절을 부른 뒤 또 스스로 ‘마지막’이라고 외치고 같은 후렴을 음을 바꿔 마무리할 때는 기분이 좋지 않다. 그 가수가 나오면 또 그럴 거라고 지레짐작해 채널을 돌려버리기도 한다. 같은 마지막에 ‘한 번 더’인데, 내 감정은 다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맛과 멋이 있지만 주변에서 속닥거리거나 핸드폰 불빛이 새어나오면 짜증이 난다. 다운로드해 보는 영화는 그렇지 않다. 물론 영상 크기나 음향 면에서 떨어지지만 내가 편한 때 짬짬이 볼 수 있어서 좋다. 관람을 중단하고 며칠 있다가 생각나면 이어보기를 해도 된다. 물론 사람마다 스타일은 다르다.

며칠 전 한 죽음이 가까이에서 일어났다. 지인의 죽음이 아니라, 거리상 가까운 죽음이었다. 뻔질나게 가는 동네 뒷산에서 누군가 목을 맸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극단을 선택한 그 사람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동네 뒷산과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서 송년회를 하는데 그 죽음이 계속 떠올라 이야기했다가 괜히 핀잔만 들었다. 외로운 죽음에 덜 미안해지고 싶어 송년회 흥이 오르기 전에 그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봐서 그런지, 중년이라서 그런지, 죽음에 더 예민해진다. 이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후배가 타워크레인을 조종한다. 작년 한 해만 두 달에 한 번 꼴로 사고가 발생해 열일곱 명이 목숨을 잃었다. 타워가 넘어졌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후배가 생각난다. 높이 80미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질하다. 인건비 줄이려고 타워크레인 한 대를 공터 가운데 위태롭게 세워놓고 돌아가면서 아파트 네 개 동을 짓는 위험천만한 일은 요즘 벌어지지 않는다. 대부분 빌딩 벽에 붙여 타워크레인을 세우고 집을 짓는다.
그래도 타워크레인은 계속 넘어진다. 쓰러져야 비로소 노후화한 것을 알고, 쓰러져 사람이 죽거나 다쳐야 안전점검이 부실했다고 한다. 이러다가 노후한 장비가 다 쓰러지고 타워크레인 조종사들과 그 아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쳐야 노후화한 타워크레인이 더 이상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것은 복불복인가? 무엇이 그렇게 얽힌 실타래 같기에 해결을 못하는 걸까? 타워크레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타워크레인 등록에서부터 해체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원청ㆍ임대ㆍ설치ㆍ해체업체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반복되는 말을 개떡같이 믿고 오늘도 타워크레인에 오르는 후배는 어떤 심정일까?

올해는 넘어지는 타워크레인이 한 대도 없기를, 그리고 이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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