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해안철책 너머에서 기다리는 마을의 바다
[시론] 해안철책 너머에서 기다리는 마을의 바다
  • 시사인천
  • 승인 2018.12.0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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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김포 문수산성은 강화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기 위해 쌓았지만, 여차하면 갑곶나루의 뱃길을 막아 한양 가는 길을 지켜야하는 임무로 역할을 바꿔야했다. 예를 들어, 병자호란 때의 문수산은 강화도로 향하는 청군의 길목이었으나, 병인양요 때는 강화도에서 쏟아져 나온 프랑스군의 진격로였다. 장벽은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같은 곳을 버리기 위한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지금도 강화도를 바라보는 김포반도 해안에는 철조망이 끝없이 연결돼있다. 염하를 지키고 경계하기 위한 방어시설이면서, 유사시 강화도를 버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최전선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교동도의 해안을 가로 막은 철조망은 포구를 아예 없앴다. 연백평야로 향하던 배들의 출항지이자 고기잡이배들의 귀항지였던 포구는 옛 모습을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교동도를 지키기 위해 설치한 철조망이 교동 주민들로부터 바다를 앗아가 버렸다.

교동도 경우처럼, 접경지역 해안철책은 그래도 이해할 만하다. 종전이 아닌 정전 상황에서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바뀌지 않는 한 철책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국방부가 만석부두에서 남항 입구까지 이어진 해안철책(3.4km)을 없애기로 한 건 반가운 일이다. 인천항 주변을 둘러싼 철조망을 우선 걷어 버린다는 것인데, 바다를 여는 첫발을 뗄 때가 됐음을 상기시켜주는 긍정적 조치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해당 구간의 철조망 철거가 인천시민들에게 큰 편의를 안겨다주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차피 인천 앞바다는 항구를 비롯한 각종 시설로 막혀 있다. 철책이 사라져도 바다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내륙에서 서해의 섬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해안길인 세어도에서 율도까지의 철조망이나, 송도에서 남동공단에 이르는 철조망과 방벽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도 아쉽다. 더구나 일부 구간의 콘크리트 방벽은 사람 키를 훌쩍 넘어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바다를 볼 수 없는 해안인 셈이다.

항만 친수공간이라고 해서, 인천항 8부두의 일부를 개방했지만, 월미도와 연결된 6부두와 7부두 개방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절름발이 개방일 수밖에 없다. 아라뱃길도 친수공간으로 조성했다는데, 주변 마을과 연결하지 못하니 자동차에 친화적 공간으로 남았다.

요컨대, 해안철책의 철거는 바다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는 하나, 인천항과 송도 해안이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변화하지 않고, 공장에 가려 있는 동구의 부두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을 때, 바다의 회귀는 요원하다. 더불어 배후 부지를 끌어내 해안과 연결하지 못한다면 인천의 바다는 마을의 바다가 아니라 관광의 바다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천의 바다는 휴전선의 철책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는 한 온전한 ‘시민의 바다’가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접경지대에 살고 있는 인천시민의 과업이기도 하다.

해안선의 철조망이 걷히기 시작했다. 해안은 육지가 있을 때 바다와 경계를 만든다. 장벽이었던 경계를 없애고, 바다와 육지가 어우러진 새로운 경계가 등장하고 있다. 시민으로서, 기대와 감시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긴장된 시대를, 우리는 거쳐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