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화전, 석탄재 문제로 마을 ‘집성촌’ 친척끼리도 앙금
영흥화전, 석탄재 문제로 마을 ‘집성촌’ 친척끼리도 앙금
  • 김갑봉 기자
  • 승인 2018.08.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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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뒤집힌 ‘합의’에 이간질 의혹
발전소, “이장이 총회 거쳤다고 해”
영흥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출처 옹진군)
영흥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출처 옹진군)

지난해 11월 영흥화력발전소(한국남동발전 주식회사)에서 발생한 석탄재가 영흥도 소장골 주민들이 심은 배추를 오염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석탄재는 배추밭 1500㎡를 오염시켰고, 주민들은 배추를 모두 폐기 처분해야만 했다.

석탄재는 석탄을 태우고 남은 매립회다. 영흥화력발전소는 매립회를 발전소 옆 매립지에 매립 하고 있다. 물과 함께 섞여나온 매립회는 매립지에서 건조한 뒤, 75%는 외부로 반출하고 25%만 최종적으로 매립지에 매립하고 있다.

문제는 이 건조된 매립회를 수집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석탄재가 날림먼지처럼 날리고, 운반을 위해 쌓아둔 상태에서 바람에 날리기 때문에 농작물은 물론 주민 건강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영흥화력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영흥화력발전소의 환경협정 이행 여부를 조사하고 현장을 확인했다.

시는 우선 석탄 회처리장(제1매립장)을 매립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억제하기 위한 살수시설ㆍ방진막ㆍ방진덮개 등을 설치하고, 해상운송 물량을 확대해 차량통행을 줄이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살수시설은 보는 사람이 있을 때만 가동하고 방진덮개 대신 빛을 차단하는 차광막이 설치됐고, 방진막은 설치되지 않았다고 했다.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자 주민들은 대책마련과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지난 3월 29일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합의의 핵심은 석탄재 날림 대책 마련과 피해보상에 맞춰졌다. 영흥화력발전은 외부로 유출하는 매립회를 차에 적재할 때 돔 형태의 공간을 설치해 그 안에서 적재하기로 했다. 그리고 시설을 설치하는 데 3 ~ 4개월이 걸린다며, 설치되기 전까지 매립회 처리작업을 유보하기로 했다.

아울러 매립회 수집과 운반의 업무를 마을주민들이 면허를 취득해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맡길 수 있게 협력하고, 또 환경보호를 통한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소장골 마을 사람들을 매립회 처리 감시단으로 채용키로 했다.

이 최종합의는 9차에 걸쳐 나온 합의로 주민들은 철석같이 믿었다. 합의를 토대로 주민들은 마을기업인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매립회 수집과 운반에 필요한 면허를 취득했다. 이를 토대로 주민들은 영흥화력발전소에 협력을 요청했지만, 영흥화력발전소는 준비가 부족하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반려했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7월 초 매립회 반출 작업 승인 권한을 지닌 옹진군을 방문해 영흥화력발전소가 주민과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매립회 반출 작업 중단과 ‘선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때 옹진군으로부터 황당한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옹진군이 공개한 자료를 보니, 소장골 주민대책위가 3월 합의와 무관하게 영흥화력발전소의 매립회 반출을 이미 동의해준 것이다.

주민대책위가 합의한 ‘매립회 처리방식’ 이장이 뒤집어

알고 보니 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소장골 이장이 ‘3월 합의가 완료’ 됐으니 영흥화력발전소가 매립회를 처리해도 무방하다고 동의를 해준 것이다. 주민들은 3월 합의가 지켜진 게 하나도 없는데, 대책위원장인 이장이 ‘합의가 완료됐다’며 동의한 데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장골 이장은 지난 4월 24일 이 같은 합의를 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은 두 달 넘게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영흥화력발전소는 주민들이 마을총회를 거쳐 이장인 대책위원장이 동의를 해준 것이라고 했지만, 주민총회는 없었다. 자초지종을 파악한 옹진군은 일단 매립회 반출 승인을 보류했다.

소장골 이장은 영흥화력발전소의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이 마을 이장은 “영흥화력발전소가 매립회 운반 사업권을 마을주민한테 주려면 입찰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매립회 처리에 동의를 해줘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동의했다”고 말했다.

주민 합의 없이 동의를 해준 데 대해서는 “하우스(=돔) 설치 업체 선정이 안 돼서 미뤄진 것이다. 영흥화력발전소가 매립회를 처리할 때 감시단을 채용키로 했는데, 매립회 처리 작업이 늦어지면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11월에나 하우스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너무 늦다”며, 사업 진행을 빨리하기 위해 동의를 했다고 변명했다.

영흥도 소장골은 집성촌이다. 대부분 친인척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 일로 마을엔 위화감이 팽배하다.

마을 이장이 남몰래 합의 해 준 사실에 놀란 주민들은 이번 사태를 영흥화력발전소의 ‘주민 이간질’로 여기는 분위기다. 3월 합의가 지켜지지도 않았다는 것을 주민이면 다 아는 사실인데, ‘3월 햡약이 다 완료됐다’고 이장과 합의한 영흥화력발전소가 이를 모를리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흥화력발전소는 이 같은 의혹을 일축하고, 모든 일을 이장에게 떠넘겼다. 영흥화력발전소 관계자는 “마을총회를 거쳐서 이장이 (우리와) 합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장이 '주민들이 동의했다'고 했다. 이장한테 확인하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