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전과 종전, 그리고 평화협정
[시론] 정전과 종전, 그리고 평화협정
  • 시사인천
  • 승인 2018.08.06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국래 국제관계학 박사
김국래 국제관계학 박사
김국래 국제관계학 박사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면서 사람들은 ‘과거’에 고정돼있던 시선을 거두어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되자, 7.27 종전 선언, 8.15 이산가족상봉과 민간교류, 9월 유엔총회에서 평화협정 체결, 트럼프의 중간선거 승리와 북미수교 등, 수많은 기대와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7월 27일이 지나갔다.

정전은 과거이고, 종전은 현재이다. 평화협정(또는 강화조약)은 미래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는 65년간 과거와 구원(舊怨)에 머물면서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등 한국 사회를 장악한 극우 반공세력들은 민중의 사고를 과거에 붙들어 두고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이었다. 이들이 집착한 과거는 한국전쟁과 정전협정체제, 그리고 여기에서 비롯한 반공반북 극우이념이다.

이승만은 한국전쟁 개전 초기 한강 다리를 폭파하고 혼자 도주하고서도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거짓 방송해 시민의 피란길을 차단, 적의 수하로 넘겨줬다. 동시에 인민군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지역에선 보도연맹원 등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그 후, 유엔군의 등에 업혀 서울을 수복하고 나서는 인민군 치하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부역한 민중들을 학살했다. 참전국들이 정전에 합의하고 협상을 시작하자, 전시도탄에 빠진 민중의 삶을 보살피기에도 모자란 행정력을 정전 협상 반대 시위를 부추기는 데 낭비했다.

그것도 모자라 정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자, 국제 협정과 판문점 정전협정 협상에서 이미 합의한 사항을 무시하고 이른바 ‘반공포로’를 일방적으로 석방해 정전 협상에서 최대 난관을 조성했다. 이처럼 논리와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그의 통치방식은 정전 후에도 반공과 반북이라는 과거 이념을 이어갔다. 그 후에 등장한 극우 정치가들 역시 이승만의 길을 걸었다. 정전협정체제에 변화가 생기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이 허물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승만과 같은 과거의 틀을 유지했다. 현재 일부 극우세력이 ‘정전협정 사수’를 외치고 있는 이유도 허물어진 정치 기반을 복구해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진척되던 동북아 정세가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일부 호사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그 중에는 북미 협상이 파탄나기를 바라는 극우세력의 희망사항도 섞여 있다. 북미 협상의 진척 속도가 세인들의 기대만큼 빨리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현상은 한반도 정세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65년의 정전체제와 70년의 북미 적대관계가 하루아침에 청산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를 해결해야할 한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모든 언론과 정치계로부터 협공을 당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만약 그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다면 한반도는 더욱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정세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반해 ‘북방 3국’ 즉, 북한, 중국, 러시아 지도자들은 모두 안정적인 장기집권태세를 구축해놓고 있다. 한국 정부가 놓치지 말아야할 정세 변화다.

종전 선언을 하는 것은 과거에서 벗어나는 일이며,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미래로 가는 길이다. 과거에서 벗어나려면 현재를 직시해야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상상력을 펼쳐야한다. 지금은 과거에서 벗어나는 것과 미래로 나아가는 것, 두 가지 모두 필요한 때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