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유산 보존ㆍ활용, 지역 주민ㆍ전문가와 함께해야”
“근대문화유산 보존ㆍ활용, 지역 주민ㆍ전문가와 함께해야”
  • 장호영 기자
  • 승인 2018.08.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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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인천 개항장 근대문화유산 활용방안 7
인천 개항장 근대문화유산 보존과 활용방안(마지막)

인천시와 중구 근대건축물 조사 … 제대로 조사하는지는 의문

인천 중구 송월동 애경비누공장(애경사 운영)과 답동성당 앞 가톨릭회관 등이 철거되자, 근대건축물 훼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인천시의회는 근대건축물 보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인천시에 주문했다.

이에 시는 2015년 제정된 ‘인천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대로 운영하겠다며 지난 5월 ‘건축자산 기초조사 및 시행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구도 자체적으로 건축자산을 조사 중이다.

시는 근대건축물 등 건축자산을 체계적으로 보전ㆍ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연구용역(용역비 3억원)을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생활 속에서 누리는 건축자산’과 ‘가치를 공감하는 건축자산’을 목표로 내년 10월까지 연구용역 결과를 내올 계획이다.

시는 사각지대 우수 건축자산 발굴에 주력하고, 지역 원로와 시민, 전문가 등에게 자문해 조사 범위와 방법을 다양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단을 꾸려 자산 발굴과 실천과제 수립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건축물의 정보 관리와 관련 매뉴얼 구축, 건축물 홍보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건축자산 진흥 시행 계획을 수립, 2020년부터 향후 5년간 인천지역 건축자산의 체계적 보전과 활용, 조성 방안, 지원 기준 등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근대건축물뿐 아니라 역사ㆍ경관ㆍ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닌 건축자산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개항초 인천 중구 관동 일대 일본인 거류지의 모습. (사진제공ㆍ화도진도서관)
개항초 인천 중구 관동 일대 일본인 거류지의 모습. (사진제공ㆍ화도진도서관)
중구청 앞에 조성된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 모습. 일본식 주택과 상관없는 일반 상가 건물에 목재를 붙여 일본식 주택처럼 꾸민 건물들도 있어 ‘가짜 역사문화의 거리’라는 비판이 있었다.
중구청 앞에 조성된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 모습. 일본식 주택과 상관없는 일반 상가 건물에 목재를 붙여 일본식 주택처럼 꾸민 건물들도 있어 ‘가짜 역사문화의 거리’라는 비판이 있었다.

문화단체인 스페이스빔이 주최해 지역 전문가, 주민 등과 함께 지난 2015년 제작한 ‘인천 중ㆍ동구 일대 골목길 숨은 보물찾기’라는 책을 보면, 중구와 동구지역에서 조사된 근대문화유산(건축자산)은 총108개다.

이 문화유산들 중에는 90~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에도 개인 소유로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것과 개인이 건축물을 매입해 정부나 공공기관의 도움 없이 옛 모습을 유지한 채 수선해 활용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를 아는 개인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중구청 앞 거리에 조성된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도 몇 개 건물을 제외하곤 개항장 이후 일본인이 거주한 주택과 무관한 상가 건물을 일본인 주택처럼 꾸며 ‘가짜’ 역사문화의 거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시와 중구에서 근대문화유산 전수조사를 한다는데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예전 우리가 조사했던 내용들은 다 포함되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며 “그동안 근대문화유산 보전을 위해 노력해왔던 주민들이나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열어 놓고 조사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참 답답한 일이다”라고 한탄했다.

내항 8부두 상상플랫폼  “대기업 특혜만 주는 사업” 비판

개항창조도시 상상플랫폼 사업이 진행될 인천 내항 8부두 곡물 창고의 모습. CJ CGV가 운영자로 선정돼 대기업 특혜만 주는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출처ㆍ인천항만공사)
개항창조도시 상상플랫폼 사업이 진행될 인천 내항 8부두 곡물 창고의 모습. CJ CGV가 운영자로 선정돼 대기업 특혜만 주는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출처ㆍ인천항만공사)

이런 과정에서 시가 인천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내항 8부두 곡물창고를 문화관광 거점으로 리모델링하는 ‘상상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면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시는 최근 제안서 평가위원회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CJ CGV를 운영사업자로 선정했다. 시는 애초 상상플랫폼에 ▲교육ㆍ체험(작가스튜디오, 오픈캠퍼스, 시민창작센터) ▲연구ㆍ개발(시각 랩, 음향 랩, 스토리텔링 랩, 3D 프린팅 랩) ▲창업(상상팩토리, 창업지원센터) ▲생산ㆍ판매(미디어아트 갤러리, 디지털 역사박물관, 상상마켓) 등의 기능을 갖추기로 했다.

하지만, CJ CGV가 낸 제안서에는 30%의 공용 면적을 제외한 50.7%의 공간에 첨단 영화관, 엔터테이먼트센터, e스포츠 게임장, 카페, 베이커리, 플리마켓, 펍, 바, 전망호텔 등 상업시설로 채우겠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공공 목적의 공간도 대부분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체험형 시설인 VR 랩, 푸드와 아티스트 청년 창업 등으로 채운다. CJ CGV는 300억원을 투자해 곡물창고 내부를 리모델링하고 투자 금액의 5%를 연간 대부료로 시에 낼 예정이다.

이 때문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들은 이 사업이 대기업에 특혜를 주고 원도심 지역인 월미도, 차이나타운, 신포동과 중앙동 일대의 상권을 파괴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또, 시가 주장하는 것처럼 지역 청년 고용 효과도 값싼 단기 아르바이트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상상플랫폼 사업의 기본 계획에 지역 주민이나 전문가의 참여가 배제돼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반대 단체들은 “대기업 관광 개발 사업에 불과하니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며 “향후 추진될 인천역 복합역사 개발도 개항기 경인철도의 시발지라는 역사적 자취는 사라지고 거대한 빌딩이 들어서는 도시 파괴가 일어날 것이 자명하다. 지역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 원점에서 다시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근대문화유산 보전·활용, 지역주민·전문가와 함께해야

대불호텔 터에 복원된 대불호텔 전시관(오른쪽). 역사적 고증, 시민과 전문가의 참여 없이 엉터리 복원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불호텔 터에 복원된 대불호텔 전시관(오른쪽). 역사적 고증, 시민과 전문가의 참여 없이 엉터리 복원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천에선 지역 근대문화유산 보전ㆍ활용과 관련해 지역 주민이나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 추진한 사업이 별로 없다고 손장원 재능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는 평가했다.

1970년대에 철거됐다가 지난 4월 중구가 복원한 한국 최초의 근대식 호텔인 대불호텔과 관련해서도 손 교수는 ‘부실 복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구는 대불호텔을 복원해 ‘대불호텔 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지역과 관련한 내용을 잘 아는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고 관 주도로만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유지하고 훼손하지 않아야 본질적 가치나 정체성을 발현할 수 있다. 그런 건축물에 무언가를 덧붙이고 하다보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시가 진행 중인 건축자산 전수조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폐쇄등기부와 오래된 지적도 등을 찾아서 건축 연도도 다시 조사해야 한다. 드러난 것만 가지고 겉핥기식 조사만 하면 안 된다”고 한 뒤 “지역에서 이런 것들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연구 인력을 만들어야한다. 연구 인력이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