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노조 생긴 길병원이 선택해야할 길
[사설] 새 노조 생긴 길병원이 선택해야할 길
  • 시사인천
  • 승인 2018.07.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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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남북관계가 그렇고, 북미관계가 그렇다. 어디 그뿐이랴. 해고된 KTX 승무원들이 12년 만에 복직했다. 바로 이어서 삼성반도체 노동자 유가족들과 ‘반올림’의 투쟁이, 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삼성까지 모두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 총수(일가)의 갑질을 더 이상 그냥 나두지 않는다. 이 모두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천대길병원 직원들도 이러한 변화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미 기업별 노조가 있는 상황에서 새 노조를 만든 이유는, 갑질이 만연한 병원의 개혁과 노동환경 개선을 갈망했기 때문이다. 기존 노조에 기대어서는 이런 바람을 이룰 수 없다는 판단도 존재했다.

새 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병원 내 갑질과 부정부패가 드러났다.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길의료재단 이사장의 생일에 맞춰 부서별로 축하영상을 찍게 하고, 이사장 사택 관리와 사택 내 행사 등에 직원을 동원했다. 병원 안에 이사장 집무실과 별도로 전용 VVIP 병실을 운영했고, 지난 2월 이 특실에 입원한 이사장은 진료비로 18원만 납부했다. 이에 앞서 길병원이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에게 뇌물 3억 5000만원을 제공한 혐의가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반해 직원들은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병원 특성상 간호사는 휴게시간에도 일한다. 그러면 다른 사업장들처럼 그 시간에 대한 초과근무수당을 줘야하는데, 주지 않았다. 또, 노조가 있는 병원 직원은 임신 12주 이내, 36주 이후에 노동시간 단축 혜택을 받고 있는데, 길병원은 그렇지 않았다.

새 노조를 지지하는 직원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이 가입자 1000명이 넘어, 대화방을 추가로 개설할 정도다. 그러나 병원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새 노조 간부를 미행ㆍ감시하는가 하면, 임금이 깎이는 부서로 발령하겠다고 협박하고, 노조 가입 권유 활동을 방해했단다. 이러한 부당노동행위는 19년 전과 다르지 않다. 1999년 민주노조를 설립했을 때 노조에 가입한 직원을 하루아침에 백령도로 발령했고, 노조원들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결국 민주노조는 와해됐다. 새 노조를 대하는 병원의 태도를 보면, 과거처럼 밀어붙이면 새 노조도 와해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19년 전 세상이 아니다. 직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정보와 소식을 신속하게 공유하고 의견과 의지를 모아내는 것만 봐도 그렇다. 특히 국민은 돈과 권력을 앞세운 갑질에 더 이상 눈감지 않는다. 당장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새 노조를 인정하는 것, 스스로 갑질을 청산하는 게 길병원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