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 정부 돈 8100억원은 받아도 고용명령은 ‘나몰라라’
지엠, 정부 돈 8100억원은 받아도 고용명령은 ‘나몰라라’
  • 김갑봉 기자
  • 승인 2018.07.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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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비정규직노조 사장실 점거 농성 9일차 돌입
17일 청와대 기자회견 열고 정부의 방관적 태도 비판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와 지엠횡포저지·노동자살리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무책임한 방관을 비판한 뒤, 한국지엠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와 문책을 촉구했다. (사진제공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와 지엠횡포저지·노동자살리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무책임한 방관을 비판한 뒤, 한국지엠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와 문책을 촉구했다. (사진제공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정상화 합의는 됐지만 일자리 안정은 기약 없어

한국지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사장실 점거 농성이 9일차에 접어들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법원 판결도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시정명령도 통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사각지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제헌절 오전 청와대로 향했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2월 13일 부평공장과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3년과 2016년에 사내 하청업체의 파견을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또한 노동부는 지난 5월 28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 실태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 지난 3일까지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774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노동부는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1인당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직접고용 대신 과태료 77억 4000만원을 낼 공산이 크다.

부평공장 또한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지난달 13~14일 부평공장에 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 800~900명의 고용실태를 조사했다. 노동부는 창원공장처럼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지만, 한국지엠은 이 또한 거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과 고용노동부가 비정규직 노동자 파견은 불법이라고 판결하고 직접 고용할 것을 명령하고 어길 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했음에도, 한국지엠은 과태료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노조는 지난 9일 사장실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현재 부평공장 사내 하청업체는(1~3차) 21개인데, 약 1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말엔 약 1200명이었다. 이중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55명이다. 조합원 중 해고자가 11명, 자택대기자가 15명이다.

해고자 11명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해고된 64명가운데 일부다. 이들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데, 이마저 종료되면 생계가 막막해진다. 자택 대기자 15명은 지난 5월 13일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 기자회견장에서 피켓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소속 업체로부터 자택대기 명령을 받았다.

이에 부평공장을 비롯한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한국지엠의 법원 판결 수용과 노동부 ‘직접 고용’ 시정명령 이행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지엠 카허 카젬 사장은 사장실이 점거됐는데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 나오라며 사장실을 점거했지만 반응이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엠과 정상화를 합의한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정부가 8100억원 규모의 혈세를 지원하는 데도,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지엠의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상화 합의는 했지만 생산 감소로 일자리 줄어

지엠과 산업은행은 지난 5월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를 합의했다. 지엠은 향후 10년간 시설투자 20억 달러, 구조조정 비용 8억 달러, 희망퇴직 위로금 등 운영자금 8억 달러 등, 총36억 달러(약 3조 8000억원)를 신규로 투자하고, 한국지엠에 빌려준 28억 달러(약 3조원)를 출자 전환키로 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안에 시설투자용으로 7억 5000만 달러(약 8100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그 대신 지엠은 올해부터 5년간 한국지엠 지분을 매각할 수 없고, 그 이후 5년간 지분 35% 이상으로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해야한다. 산은은 이를 통해 지난해 만료된 자산 20% 이상의 매각 등을 제한하는 비토권도 회복했다.

아울러 지엠은 한국지엠의 안정적 영업구조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글로벌 수요가 있고 판매단가가 높은 신차 2종을 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에 신설해 국내 협력 부품업체의 글로벌 판매를 돕기로 했다.

그 뒤 지엠은 지난 6월 12일 한국지엠에 빌려준 28억 달러(약 3조 209억원)를 출자금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완료하고, 희망퇴직 위로금과 성과급 미지급분 지급 등에 쓰일 운영자금 8억달러(8630억원) 유상증자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산은은 신차 개발 등에 쓰일 시설자금 4045억원을 유상증자했다. 이는 산은이 올해 지원하기로 약속한 시설투자금액 7억 5000만 달러(8000억원)의 절반가량이다. 이처럼 정부와 한국지엠 정상화 합의에 따른 자금 수혈은 진행되고 있지만, 신차배정과 일자리 안정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생산물량 없어 부평 2공장만 하더라도 2교대에서 1교대로 축소했고,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더욱 소외됐다.

황호인 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부평 2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떨어져 주야 2교대에서 야간 근무를 없애고 주간 근무로만 전환 할 예정이다.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전환배치(=일자리가 생길 때까지 무급 휴가)에, 부평 2공장 1교대제 전환으로 전환배치 필요 인력이 발생해 비정규직 해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엠, 생산 대신 인천항에 수입차 인프라 확충 요청

문제는 한국지엠 공장 정상화를 위한 신차 배정 등 후속 조치다. 한국지엠은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각각 SUV와 CUV를 배정하겠다고 했지만 진척된 게 없다. ‘에퀴녹스(SUV)’는 캡티바의 후속 모델 격치라 부평공장에서 생산해야 하지만 수입이다. 잘 팔려도 고용과는 무관하다.

한국지엠 정상화에 따른 일자리 안정은 신차 배정을 통한 생산이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식은 수입강화다. 인천항만공사는 지난 15일 한국지엠이 수입 확대를 위해 인천항에 PDI센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PD센터는 수입차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정비해 최종 소비자에게 최적의 상태로 전달하는 곳이다. 한국지엠은 수입차인 '임팔라'와 '볼트'의 국내 수요가 높아지자,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인천항에 PDI센터를 요청한 것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항에 PDI센터를 들어서면 내년 기준 임팔라와 볼트 1만 7000대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나아가 2~3만대 처리까지 전망하고 있다.

황호인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장은 “정부로 부터 8100억원을 지원 받는 한국지엠은 받은 돈으로 노동부의 직접고용 명령을 거부하고 과태료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신차배정과 국내 생산 물량확보를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가 주는 돈으로 수입차 판매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정부의 무책임한 관리가 지엠이 정부 명령 무시하게 해”

지난 5월 합의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8000억원이 넘는 정부 지원금에 대해 ‘일자리를 지킨다면 남는 장사’라고 했다. 하지만 희망퇴직을 신청한 한국지엠 노동자 2900명은 일자리를 잃었고, 400여명은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부평, 창원, 군산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1200여명은 법원의 ‘불법파견’이라는 판결과 노동부의 직접고용 명령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러는 사이 창원공장에서만 과태료 77억 4000만원이 발생했다.

17일 청와대 앞을 찾은 ‘지엠횡포저지·노동자살리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정상화 합의 두 달 만에 눈앞에 드러나고 있는 현실은 이토록 참담하다”며 “지엠도 문제지만 노동자의 일방적인 양보만을 외치며 협상장에 몰려들던 정부와 산업은행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한국지엠은 공장이 돌아가건 말건 수입 완성차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엠과 협상 당시 한국지엠 부실경영의 원인과 이유를 정확히 따져 묻지 못한 후과가 지금 아무 죄 없는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넘겨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우선 한국지엠의 즉각적인 직접고용 실시와 비정규직지회와 대화를 촉구했다. 그런 뒤 정부를 향해선 “한국지엠의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단호히 묻고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해도 정부가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을 해도 정부지원금으로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라는 한국지엠의 행태는 배경에는 정부의 무조건적인 지원과 무책임한 관리가 자리잡고 있다”며 “정부는 한국지엠 관리 책임을 철저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