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비정규직노동자 ‘사장실 점거농성’ 돌입
한국지엠 비정규직노동자 ‘사장실 점거농성’ 돌입
  • 김갑봉 기자
  • 승인 2018.07.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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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0억원 혈세 지원불구 ‘불법파견 판결’ ‘직접고용 명령’ 안 통해”
한국지엠 부평 본관 사장실을 점거 중인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본관 앞에서 집회 중인 비정규직지회와 호응해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부평 본관 사장실을 점거 중인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본관 앞에서 집회 중인 비정규직지회와 호응해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일 오전 본사 사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 3개 지회(부평, 군산, 창원)는 불법 파견 중단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속된 판매 부진으로 7월 말 부평 2공장 등에 전, 후반조 2교대를 주간 1교대로 전환 할 예정이다.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는 한국지엠이 이때를 이용해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과 고용노동부가 비정규직 노동자 파견은 불법이라고 판결하고 직접 고용할 것을 명령하고 어길 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했음에도, 한국지엠은 과태료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노조는 사장실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앞서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2월 13일 부평공장과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3년과 2016년에 사내 하청업체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바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28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 실태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 지난 3일까지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774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고용노동부는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1인당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라고 했다.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법원이 불법이라고 판결하고 고용노동부가 직접고용할 것을 명령했다. 직접고용은 안 하고 벌금 내고 퉁치려는 속셈”이라며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이 아닌 해고 위협에 놓여있다”고 개탄했다.

지엠의 군산공장 폐쇄로 노동자 30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수백명에 달하는 비정규직노동자는 생계 대책은 커녕 소리 소문도 없이 잘려나갔다.

그 뒤 정부는 지난 5월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 81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한국지엠 공장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통하지 않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고용노동부 시정명령도 안 통하는 세상이다.

한국지엠은 7월 중 부평 2공장(말리부 생산라인)의 전·후반 교대제 폐지를 앞두고 있고, 정비사업소의 외주화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지엠이 정상화 타결 이면의 현실은 공장축소와 구조조정의 지속이다.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국지엠 부평 본관 사장실을 점거 중인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국지엠 부평 본관 사장실을 점거 중인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지엠, 8100억원을 수입차 홍보와 과태료, 벌금으로 사용”

그중에서도 비정규직노동자는 사각지대에 있다. 앞서 얘기한 대로 이미 한국지엠의 모든 비정규직은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법원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대법원 판결조차 무시하고 비정규직 2000여명을 불법으로 고용했다.

고용노동부가 창원공장 비정규직 774명을 지난 3일까지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물겠다고 했지만, 한국지엠은 단한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부평공장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부평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실태를 조사했다. 노동부는 900여명에 대한 불법파견을 판정하고 직접고용을 명령할 예정이지만, 한국지엠은 이 또한 과태료로 때우려 할 것이다. 창원공장과 부평공장에서만 발생하는 과태료만 167억원이다.

한국지엠은 ‘수출과 내수부진에 따른 판매 부진’의 경영실패를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전환배치로 때우고 있다. 2교대 근무를 1교대로 전환하고, 비정규직의 경우 일자리가 생길 때까지 ‘무급 휴가’를 주는 전환배치를 유도하고 있다.

폐쇄 된 군산공장은 준중형 세단 크루즈 실패가 주원인이다. 인기를 누린 말리부를 빼닮은 준중형 세단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가격책정 실패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부평 2공장의 경우 말리부와 캡티바를 생산하는 곳인데, 말리부의 인기는 전 같지 않고 캡티바는 단종됐다.

문제는 한국지엠 공장 정상화를 위한 신차 배정 등 후속 조치다. 한국지엠은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각각 SUV와 CUV를 배정하겠다고 했지만 진척된 게 없다. ‘에퀴녹스(SUV)’는 캡티바의 후속 모델 격치라 부평공장에서 생산해야 하지만 수입이다. 잘 팔려도 고용과는 무관하다.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정부 지원 혈세 8100억원에는 물량확보와 신차배정으로 공장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담겨있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완성차(이쿼녹스, 전기차 볼트)를 수입해 판매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고, 국민 혈세를 신차 생산에 아닌 수입차 판매를 위한 홍보자금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정규직지회는 또 “한국지엠은 8100억원 혈세를 불법파견에 따른 과태료를 내는 데 사용하고, 소송비용과 경영진의 벌금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1인당 과태료 1000만원을 내더라도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거다. 혈세가 지엠의 불법적인 경영을 방어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부정사용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부당행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관 사장실 점거는 현재까지 물리적 충돌 없이 진행되고 있다. 사측 또한 현재는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접근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40여명이 점검 농성중이며, 창원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버스 3대에 나눠타고 올라왔고, 군산에선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10여명이 올라왔다. 비정규직지 지회는 본관 바깥 창문을 이용해 농성 중인 노동자들에게 도시락과 음료수를 올려 보내고 있다.

황호인 한국지엠비정규직 부평공장지회장은 “지금 이순간에도 부평과 창원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이 아닌 해고의 위협에 놓여있다. 비정규직 3개 지회는 모든 비정규직 해고자가 복직되고, 모든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그날까지 투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