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인천여성영화제 ‘#Me_Too에 응답하라’
14회 인천여성영화제 ‘#Me_Too에 응답하라’
  • 이승희 기자
  • 승인 2018.07.0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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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일, 영화공간 주안…총21편 상영
개막작 ‘모래놀이’ 폐막작 ‘구르는 돌처럼’

지난해 하반기부터 끓어오른 미투(Me Too)운동은 ‘지금, 여기’를 설명하는 가장 명징한 키워드다. 2016년 5월 강남역 근처 화장실 여성 살해사건으로 수면에 떠오른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으로 드러난 성폭력 사건은 미투운동의 불씨가 됐다. 용기를 내어 발언하기 시작한 여성들에게 ‘#With_You로’ 응답하는 연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내일을 상상하는 동력이다.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리는 ‘14회 인천여성영화제’는 여성들의 용기에 대한 화답이다. 사흘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미투운동에 대한 지지와 연대, 단지 고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모색하고 촉구하는 에너지, 미투운동 이후에 대한 상상력으로 채웠다.

13일 오후 7시 개막식에 이어 개막작 ‘모래 놀이 Playground’를 상영한다. 이에 앞서 오후 3시 30분엔 ’허스토리 씨어터‘라는 제목의 특별상영회도 연다. 영상 제작 교육에 참여한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기록했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전혀 개인적이지 않은, 아주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단편 다큐멘터리 여섯 개를 만날 수 있다.

14일과 15일엔 오후 2시부터 3관에서 단편 영화들을 줄줄이 만날 수 있다. 단편 총20개를 성폭력 피해 경험, 청년의 취업, 여성과 가족, 일과 가정의 양립, 여성과 주거권 등 주제별 섹션 5개로 나눠 상영한다. 같은 기간 4관에선 오후 1시 30분부터 장편 영화들을 상영한다. ‘소공녀’ ‘어른이 되면’ ‘공동정범’ ‘파도 위의 여성들’ ‘피의 연대기’를 만날 수 있다.

15일 오후 7시 폐막식에 이어 상영하는 폐막작은 ‘구르는 돌처럼 Like a Rolling Stone’이다.

14회 인천여성영화제는 인천여성영화제조직위원회와 시사인천이 주최하고, 인천여성회와 모씨네 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한다. 상영작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아래는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영주(닉네임 마법사)씨가 개막작과 폐막작을 소개한 것이다.

개막작 ‘모래 놀이 Playground’
개막작 ‘모래 놀이 Playground’

막작 ‘모래 놀이 Playground’
최초아|한국|2017|30분|극|15+

유치원에 새로 부임한 교사 시은은 여섯 살 남자아이 시환이 동갑내기 여자아이 설아를 추행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막으려 애쓴다. 고용관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데다 유치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시은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고 오히려 폭력적 상황을 유발한다. 그 과정에서 설아에게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성폭력을 알게 된다. 또한 설아에게 유독 집착하는 시은의 또 다른 사연은 예상하지도 못한 스릴을 가져와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유치원이라는 ‘무구(無垢)’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은, 성폭력이 단순히 권력위계의 상하관계뿐 아니라 다양한 층위에서 일어날 수 있고, 어린 시절부터 학습되고 방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윤리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질문을 남긴다.

폐막작 ‘구르는 돌처럼 Like a Rolling Stone’
폐막작 ‘구르는 돌처럼 Like a Rolling Stone’

폐막작 ‘구르는 돌처럼 Like a Rolling Stone’
박소현|한국|2018|65분|다큐멘터리|전체

정년퇴임을 앞둔 무용가 남정호가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인 하자센터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는 열흘을 따라간 다큐멘터리다. 평생을 무용에 헌신한 노년의 대가와 제도권 밖의 다른 삶을 준비하는 하자센터 친구들의 만남 자체로 짜릿한 긴장을 일으킨다.

이 영화의 미덕은 무엇보다 무용이라는 원초적 장르를 통해 모든 이에게 있으나 평생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그래서 알지도 못하는 몸에 대해 깊이 탐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용 클래스를 통해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움직이는 화면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더불어 한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온 멋진 노년의 선배를 만나는 것은 분야를 막론하고 감동일 수밖에 없다. 멋진 여성을 만나는 즐거움, 노 선배와 젊은 친구들이 몸으로 부딪히는 마주침은 어느 휴먼드라마보다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