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칼럼] 조양호 회장 구속영장 기각과 인하대 총장 선출
[신규철 칼럼] 조양호 회장 구속영장 기각과 인하대 총장 선출
  • 시사인천
  • 승인 2018.07.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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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철 객원논설위원
신규철 객원논설위원
신규철 객원논설위원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구속영장 청구가 6일 기각됐다. 지난 2일 검찰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ㆍ배임ㆍ사기,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이어 조양호 회장마저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이다.

조양호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정석인하학원이 운영하는 인하대는 지금 새로운 총장 선출 과정에 돌입했다. 최순자 총장 해임 이후 7개월간 대학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하루빨리 정상화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교수ㆍ학생ㆍ교직원과 지역 시민사회의 지지를 얻는 총장이 선출돼야한다. 인하대 총장 선출은 총장추천위원회가 여러 배수의 후보군을 두 명으로 압축해 추천하면, 이중 한 명을 이사장이 선정하는 방식이다. 총장추천위원회는 재단 추천 5명, 교수회 추천 4명, 총동창회 추천 1명, 지역위원 1명 등 총11명으로 구성된다. 교수회는 재단에 민주적 선출과정을 촉구했고, 재단은 그동안 일방적으로 추천했던 지역위원을 교수회 동의를 얻어 추천했다. 조양호 이사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돌출변수가 사라져 예정대로 8월쯤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교수회는 후보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 의제는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 문제다. ‘조현아 갑질’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한 단면일 뿐. 대학현장에서도 이런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이를 보다 못한 시민단체들과 인하대동문들이 최근 ‘한진그룹 갑질족벌경영 청산과 인하대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지역 대학의 건전한 발전과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나선 것이다. 대책위의 활동으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편입학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20년 전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교육부의 현장조사도 실시됐다.

재단인 한진그룹은 조양호 이사장이 취임한 이래 대학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송도캠퍼스 건립도 재단이 책임진다고 약속해놓고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하대는 한진해운에 130억원을 투자했다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또한 작년에는 정석인하학원이 진에어 등 한진 계열사 5곳으로부터 45억원을 증여받아 52억원을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학교법인을 기업의 사금고처럼 이용한 것이다.

이러한 모든 문제는 정석인하학원의 의사결정구조와 직결돼있다. 정석인하학원 이사회 15명 중 3분의 2가량이 조원태 이사를 포함해 친인척이거나 한진그룹 관계자다. 이사장의 독단과 전횡을 견제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의사결정구조는 사학비리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돼왔다.

문재인 정부는 고등교육의 국가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재정 지원 규모가 50% 이상 투입되는 공영형 사립대학’을 도입하기로 하고, 필요 예산을 편성해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로써 사립 고등교육기관의 교육여건 개선과 학생 교육비 부담 완화, 사립대학 의사결정구조 개선, 지역사회 기여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상지대 등 전국 10여개 대학이 올 하반기 교육부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인하대는 설립 초기 하와이 교포 성금과 국가의 투자로 이뤄진 공립대학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족벌세습경영으로 발전이 저해되고 있어 ‘공영형 사립대’로 적합하다. 이번에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을 공약한 후보자가 재단의 동의를 받아 새 총장으로 선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공립형 사립대로 전환은 궁지에 몰린 조양호 이사장이 현 사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