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난민, 이미 우리 곁에 있는 이웃
[시론] 난민, 이미 우리 곁에 있는 이웃
  • 시사인천
  • 승인 2018.07.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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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우리 센터는 올해 봄부터 아랍 여성들이 편하게 한국어를 공부하고 육아나 생활 정보들을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 2~3년간 아랍권의 여러 가족들을 만나면서 특히 여성들이 육아ㆍ문화적 차이ㆍ언어적 어려움 등으로 주로 집 안에만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랍 여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편하게 올 수 있는 곳, 지친 삶에서 목을 축이러 올 수 있는 곳, 또한 비슷한 ‘나’를 만나 연대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꿈꿨다.

삼삼오오 모인 아랍 여성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서로 공감해주고 때로는 의견차로 다투기도 하면서 우리의 공간을 만들어갔다. 모인 아랍 여성들 상당수는 본국의 전쟁으로 남편과 함께 한국에 이주해 난민신청을 했다. 이때 만해도 제주에서 촉발한 ‘난민’ 이슈가 전국을 뒤흔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초기 ‘난민’에 대한 두려움이 인터넷과 모바일 등으로 확산될 때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길 때까지도 한국어와 한글이 서툰 여성들이 이 사실을 알기는 어려웠다.

센터 활동가들이 조심스레 “제주도에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제주도 안에서만 있을 수 있게 이동 제한이 걸려있다. 그렇게 500여명의 발이 묶였다. 제주도는 한국 사람들에게 특별한 섬이기도 해서 제주도 안에 발이 묶인 아랍권 난민신청자들이 한국 사람들에게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들을 수용하지 말자는 청원이 청와대에 올라갔다”고 설명해주면, 굉장히 놀랍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것저것을 물어보곤 했다.

요즘은 주마다 여성들의 대화가 심각해진다. 이제 센터 활동가들이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서울에서 열린 ‘난민 반대 집회’ 동영상을 서로 보여주며 걱정을 나눈다. 요즘 따라 길을 걸으면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질문을 부쩍 많이 듣고, 그럴 때마다 예멘에서 왔다는 말을 주저한단다. 자주 가던 동네 슈퍼 아주머니한테서 ‘이제 오지 말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이들의 남편들은 일터에서 ‘예멘 사람들은 한국에서 나가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혹시 아이가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차별을 당하지는 않을까 심각하게 걱정하기도 한다.

그들은 나에게 ‘왜’냐고 물어본다. “한국도 옛날에 전쟁이 있었지 않느냐” “다른 나라에서 온 난민들은 괜찮은 것이냐” “종교가 이슬람이기 때문이냐? 그렇다면 만약에 그 중에서 종교가 다른 사람들은 수용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냐” 난 도대체 뭐라고 답해야할까.

센터에 항의전화가 오기도 한다. “왜 불법인 사람들을 도와주느냐”는 단순 항의부터 “난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근거가 있어서 반대한다는데, 왜 혐오를 조장한다고 하느냐”는 항의도 있다.

마음속 공포와 두려움은 난민들을 불법과 합법, 가짜와 진짜, 성별로 나누게 한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이러한 구분 속에서 ‘합법, 진짜, 남자가 아닌’ 난민들이 머무를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가.

전쟁으로 인한 사회 파괴, 그 속에서 폭력과 혼란, 그로부터 피란. 내가 살아남아야 그 속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생존한다. 이 길 속에 ‘합법과 불법, 가짜와 진짜, 남성과 여성, 경제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이 소거된 자’의 완벽한 분리는 불가능하다. 이미 우리의 이웃인, 그저 안전과 생존을 바랄 뿐이었던 ‘모든 예멘 사람들이, 모든 아랍 사람들이, 모든 난민들이’ 낙인이 찍혀 괴로워하고 있다. 이제 그만 소수자를 향한 폭력의 언어를 멈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