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검사 때문에 쓰지도 않는 장비 사야 하는 어민들
선박검사 때문에 쓰지도 않는 장비 사야 하는 어민들
  • 김강현 기자
  • 승인 2018.06.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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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 "검사기준에 맞추느라 쓸모없는 통신장비 구입해야"
해수부 "어민 안전과도 연관된 문제라 기준 바꿀 수 없어"
대청도 꽃게 잡이 어선 (시사인천 자료사진)
대청도 꽃게 잡이 어선 (시사인천 자료사진)

깐깐한 선박검사 때문에 어민들의 고충이 깊다. 선박검사를 위해 사용하지도 않는 장비까지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선은 ‘어선법’에 따라 5년에 한번 정기검사와 중간검사, 특별검사, 임시검사, 임시항행검사 등 여러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매 검사 때마다 현실과 맞지 않는 깐깐한 기준 탓에 어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무선통신장비’에 대한 부분이다. 관련법에는 5톤 이상 선박에는 중단파대 무선설비가 설치 돼 있어야 한다. 즉 '단측파대전송'(single side band transmission, SSB)장비가 설치 돼 있어야 검사 통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어민들은 “SSB는 디지털 방식이 아니라 오래된 아날로그 방식 장비라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데도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달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시사인천>과의 통화에서 “SSB는 국내 연안 작업선에는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요즘은 디지털 방식으로 된 초단파(very high frequency, VHF) 장비가 있어서 그걸 사용하는데 쓰지도 않을 장비를 검사 때마다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SB는 과거에 망원경 쓰고 나침반 쓸 때 필요한 통신장비다.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었으면 법도 바꿔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대로다”라며 “SSB는 고장도 잘 나 보통 1년에 한번 씩 하는 검사 때마다 작동이 안 돼서 80만원에서 120만원 정도를 들여 직접 고치거나 새로 사야한다. 부피도 커서 좁은 조타실에 들여놓기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고 불평했다.

어민들의 불만에 대해 선박 검사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 관계자는 “검사업체는 우리가 위탁을 맡긴 업체에서 진행한다. 검사 할 때는 ‘어선법’에 근거해서 검사를 진행한다. 어선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은 이대로 검사를 할 수 밖에 없다”며 해양수산부로 책임을 돌렸다.

이에 해수부 관계자는 “SSB가 만들어진지 오래 된 장비인 것은 맞지만 상호 통신과 청취 하는데 꼭 필요한 무선장비다”라며 “현재 기술로는 100~120km 이상 멀어지면 통신할 수 있는 장비가 없지만 SSB는 통신이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5톤 이상의 어선에는 SSB를 설치하게 돼 있는데, SSB는 1000km 이상까지 전파가 잘 전달된다. 연안 가까이에서 조업할 때는 사용하지 않을지 몰라도 먼 바다로 나가려면 꼭 있어야 하는 장비다. 어선법에는 5톤 이상의 선박에는 SSB를 꼭 설치해야 하게 돼 있다. 어선의 안전과도 직결 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해수부의 입장에 박태원 어촌계장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5톤급 선박은 100km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기 때문에 VHF만 있어도 충분하다. 10톤 이하 선박은 국내 연안에서만 작업하기 때문에 SSB가 필요가 없다. 법에 어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현실성도 없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