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미러링과 설득의 언어
[세상읽기] 미러링과 설득의 언어
  • 시사인천
  • 승인 2018.06.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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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미러링(mirroring)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불과 수년, 그럼에도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는 괄목할 만하다. 미러링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호불호가 갈라질 수 있겠지만, 그것이 2010년대를 풍미한 대표적 화두 중 하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사실 미러링의 본질은 매우 단순하다. 거울에 비친 상이 좌우가 바뀌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접하는 여러 관습적 담화나 상황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혹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꿔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결과로서 도출된 문제제기는 매우 강력하다. 미러링을 거치는 순간, 너무나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여겼던 많은 일들이 실제로는 매우 부당한 것임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충분히 폭력적임을 깨닫게 하는 효과를 가진다.

이 때문에 미러링은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한, 그래서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했던 차별과 혐오에 대한 가장 직접적 반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점에서 본다면 미러링의 핵심은 젠더감수성에 대한 적극적인 ‘자각’이며 ‘발견’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젠더에 대한 무지, 그러한 무지가 그대로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더 나아가 그러한 차별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굳어진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환기한다.

하지만 문제의 선명성만큼이나 수많은 논란 속에 놓인 것 역시 미러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미러링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미러링을 통해 드러난 진실이 우리 사회가 자각하고 있었던 사실보다 강렬했기 때문이다.

미러링 이전에도 사람들은 우리 사회 안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이 사실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을 남녀의 차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구별로 옹호하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통용됐던 것도 사실이다.

미러링은 바로 그러한 위선을 가장 노골적으로 폭로한다. 그리고 이것은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초래한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편함’ 이후다. 현재까지 진행된 미러링은 일상 속에 팽배한 차별의 부당성을 일깨우고 거기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것이 최종 목표여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공감과 비판, 대책을 이끄는 적극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과 미투운동과 같은 구체적 실천들과 함께, 미러링 이후를 위한 보다 견고한 설득의 논리가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 미러링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모순은, 보다 본격적인 논쟁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생산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 우리 모두 이론적으로도 실천적으로도 보다 견고하게 무장해야 한다. 문제를 고발하는 것을 넘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설득의 언어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돼야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하나하나를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는 일이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