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옹진군수 선거, 조윤길 12년 연장이냐 혁신이냐
[표심] 옹진군수 선거, 조윤길 12년 연장이냐 혁신이냐
  • 김갑봉 기자
  • 승인 2018.05.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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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3개 ‘조윤길 평가’ ‘영흥면 표심’ ‘서해 평화’

인천시장 선거보다 더 무게 있는 옹진군수 선거

인천시장 선거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선거가 바로 옹진군수 선거다. 옹진군 유권자는 1만 9100여명에 불과하지만, 역대 지방선거에서 강화군과 더불어 인천시장 후보 당락을 쥐락펴락한 곳이고, 한반도 화약고로 불리는 북방한계선(NLL)과 서해5도를 품고 있는 요충 지역이다.

민선 5기 송영길 인천시장은 서해5도 부근에서 남북 교류 사업을 해보려했으나, 정부에 의해 번번이 배제됐다. 이른바 ‘인천시 패싱’으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자당 소속 옹진군수하고만 소통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송영길 후보는 한나라당 안상수 시장을 8만 7000여표 차로 여유롭게 이겼는데, 이 당시 옹진군과 강화군에선 각각 3500여표와 1만 2200여표 차로 졌다.

4년 뒤 송영길 시장은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한테 2만 1500여표 차로 석패했는데, 가장 많은 표 차가 발생한 곳이 강화군과 옹진군이다. 유정복 후보는 강화군에서 1만 2900표, 옹진군에선 4700여표를 송 시장보다 더 받았다.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가 자유한국당 유정복 시장을 앞서는 상황이지만, 4년 전에 유정복 후보는 송영길 시장에 20%포인트 뒤지는 지지율을 뒤집었다. 여전히 강화군과 옹진군은 여야 모두 요충 지역이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12년 만에 옹진군수 탈환을 벼르고 있다. 다른 기초단체장 선거들도 중요하지만, 옹진군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박남춘 후보의 핵심 공약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과 해양수산 분야 남북경협의 핵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군은 자치구와 달리 군수가 광역시장보다 권한이 더 많기 때문에 시장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다른 선거를 이기더라도 옹진군수 선거에 패할 경우 정부와 시가 추진할 서해평화지대 조성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당 인천시당에도 옹진군은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지역이다. 인천시 8개 자치구와 2개 군 선거에서 현재 8개 자치구 모두 전반적으로 불리한 가운데, 강화군과 옹진군이 그나마 해볼 만한 지역으로 꼽힌다.

게다가 서해5도는 한국당이 주창하는 ‘안보’의 보루로 작용하는 곳이기에 한국당 입장에선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지역이다. 사실상 인천의 지방선거는 시장 선거보다는 옹진군수 선거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민주당 장정민, 한국당 김정섭, 무소속 손도신, 김필우, 김기조.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민주당 장정민, 한국당 김정섭, 무소속 손도신, 김필우, 김기조.

조윤길 군수 12년, 구체제 연장이냐 혁신이냐

옹진군수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모두 5명이다. 민주당은 장정민(48) 전 옹진군의회 부의장을 공천했고, 한국당은 김정섭(60) 전 백령면장을 공천했다. 무소속으로 김기조(54) (주)서해건설전기 대표, 김필우(60) 전 인천시의원, 손도신(44) 옹진발전연구소장이 출마한다. 5명이 출마하지만, 사실상 민주당 장정민 후보와 한국당 김정섭 후보의 2파전 양상이다.

이번 옹진군수 선거의 최대 쟁점은 조윤길 군수 12년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다. 민주당 장정민 후보는 군의회에 있을 때부터 조윤길 군수와 대립각을 세웠다. 장정민 후보는 12년 동안 특정 지역과 계층에 집중한 낡은 체제를 혁신하겠다며 ‘지역ㆍ계층 간 차별 없는 옹진발전’을 내걸었다.

한국당 김정섭 후보는 조윤길 군수 시절에 주요 도서(섬) 지역 면장과 기획실장 등을 맡아 군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사실상 조 군수 체제 연장이라는 게 주민들의 중론이다.

이번 선거가 조 군수의 군정 평가로 인식되자, 한국당 김정섭 후보 또한 조 군수와 선 긋기에 나섰다. 조 군수의 군정 평가는 백령면 중심의 군정 비판과 각종 특혜와 비리 의혹 비판이 핵심이다.

조 군수와 군 건축민원과장, 백령면주민자치위원장 등은 백령면 토석채취장의 토사를 불법으로 유출하고 개인 땅에 사용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관련자 조사를 마쳤으며, 지방선거 이후 조 군수를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옹진군에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이 숱하게 펼쳐졌다. 군수 사저 예정부지 헐값 매입 의혹과 백령면 면사무소 신축공사 폐건축자재 불법 활용 문제가 불거졌고, 영흥화력발전소 기금은 군수의 ‘쌈짓돈’처럼 사용됐다.

또, 옹진군이 발주한 각종 사업에 ‘군수 동생들의 하청’이 끊이질 않았고, 백령면 도축장의 경우 일방적으로 폐쇄하려다 빈축을 샀다.

조 군수 임기 12년 막바지에 ‘수상한 행정’의 실체들이 드러나면서 옹진군민들은 물론 공무원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옹진군수 선거가 다른 지역 선거와 달리 조 군수 12년 평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非) 백령’의 구심 영흥면 표심 어디로 가나

이번 옹진군수 선거 결과는 비(非) 백령면 지역 표심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 옹진군은 백령ㆍ대청ㆍ연평면(이상 서해5도)과 영흥ㆍ덕적ㆍ자월ㆍ북도면 등 7개 면으로 구성돼있다. 백령면을 제외한 지역의 주민들은 조윤길 군수가 백령면 중심의 행정을 펼친 것에 불만이 많다.

옹진군 유권자는 약 1만 9000명인데 면별로 보면, 대략 백령면 4100명, 대청면 1200명, 연평면 1500명, 덕적면 1500명, 자월면 1000명, 북도면 1600명, 영흥면 4600명이다.

이중 유권자가 가장 많은 영흥면에서 여야를 떠나 백령면에서만 군수 후보가 나온 것에 불만이 많다. 이들의 선택에 당락이 결정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조윤길 군수는 65.8%를 얻어 28.6%에 그친 무소속 김기조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 여당인 민주당 후보가 있는 데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좋기 때문이다.

그동안 옹진군 주민들은 보수를 지지했다기보다는 여당을 지지했다고 보는 게 맞다. 1997년 대선에선 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52.1%를 기록했고, 1998년 지방선거와 2002년 지방선거 때도 민주당 군수 후보가 각각 44%와 64%를 얻어 당선됐다.

게다가 여러 면들 중에서 한국당 지지층이 두터운 백령면에서 이번에 세 명(민주당 장정민, 한국당 김정섭, 무소속 김필우)이 출마해 표가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이 두터운 영흥면에선 무소속 김기조 후보만 출마한 것도 민주당 입장에선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키워드 ‘서해 평화’ 적임자는 누구?

옹진군수 선거의 마지막 이슈는 ‘서해 평화의 적임자’다. 서해5도 유권자는 약 6700명이다. 한국당의 지지율이 높지만, 최근 한반도 평화 분위기로 서해5도 평화수역 조성과 어장 확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서해5도 어민들은 지난 45년간 낮 시간 외에는 조업할 수 없었고, 그것도 제한된 어장에서만 했다. 여기다 중국어선 조업으로 소득이 줄고 어장이 파괴되는 이중고를 겪었다.

이에 서해5도 어민단체들이 ‘중국어선 불법조업 서해5도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했고, 4.27 판문점선언 이후 그 조직을 확대해 ‘서해5도 어민협의회’로 전환했다.

지난 5월 5일엔 정부 4개 부처 장관이 서해5도를 방문해 이들과 간담회를 열어 어장 확대 등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보수적이었던 어민들도 이젠 어선에 한반도기를 게양하고 조업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해5도 어민협의회의 행보가 이번 옹진군수 선거의 마지막 핵심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