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시대, 인천항과 인천공항은 한반도 관문
평화의 시대, 인천항과 인천공항은 한반도 관문
  • 김갑봉 기자
  • 승인 2018.05.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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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서해 남북교류 활성화 방안 1. 남북관계 해빙기 인천의 비전

8000만 겨레 앞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약속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약속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에 천명했다.

이번 정상회담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관계 진전이었다. 비핵화는 핵심 의제로서 다른 의제들의 전제조건이나 다름없었는데, 남북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이제 ‘영구적인 핵 폐기’ 문제를 다루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비핵화에 합의한 남북은 정전협정 체결(1953년 7월)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 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남북은 어떤 형태의 무력 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로 했다.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를 약속한 남북은 지난 1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남ㆍ대북용 확성기를 철거했다.

남북은 또, 비무장지대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역을 평화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군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방부장관 회담 등 군사 당국자 회담을 자주 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오는 8.15 광복절을 계기로 이산가족과 친척 상봉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남북 적십자회담을 열 계획이다. 6.15 공동선언에 맞춰 정부와 국회, 민간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추진해 화해ㆍ협력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로 했고,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 경기에 공동 진출도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10.4선언에서 합의했지만 중단된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도로를 다시 연결하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H’형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번 판문점선언은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발표한 10.4공동선언의 연장선에 있다. 비핵화와 종전을 합의하고, 그 구체적 시기와 방식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10·4공동선언보다 진일보했다.

이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협상 타결은 평화협정 체결의 전제조건이다.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면 유엔의 북한 제재 해제와 남ㆍ북ㆍ미ㆍ중 또는 남ㆍ북ㆍ미ㆍ중ㆍ러ㆍ일의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궁극적으로는 북미수교와 북일수교로 이어지게 돼있다. 물론 북일수교 때 일제강점기 배상금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다.

그 뒤 남북 간에는 1992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더 구체화한 기본협약을 채택하는 과제가 남는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로 가기 위해 동서독 기본협약을 체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판문점선언 후 4개 부처 장관 서해 5도 방문

서해 5도 어민들은 지난 4월 7일부터 어선에 한반도기를 달고 조업하고 있다. 남북 정상의‘판문점선언’후 어민들은 그동안 희생과 노력에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지난 4월 7일부터 어선에 한반도기를 달고 조업하고 있다. 남북 정상의‘판문점선언’후 어민들은 그동안 희생과 노력에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남북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인천은 전쟁위협에 시달린다. 특히 접경 지역이자 한반도 화약고인 북방한계선(NLL)에선 국지전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그 때마다 인천의 호텔 예약은 취소되기 일쑤였다.

판문점선언으로 인천에 생기가 돈다. 변화는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대연평도, 소연평도)에서 시작됐다. 10.4선언 때 남북은 한반도 화약고의 전쟁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10여년간 진척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판문점선언에서 올해 종전을 선언하기로 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4선언 때와 달리 NLL을 남북 간 경계로 인정하는 발언을 해, 서해 평화수역 지정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정상회담 후 통일부ㆍ외교부ㆍ국방부ㆍ해양수산부 장관이 합동으로 판문점선언 이행에 필요한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5일 오전과 오후에 연평도와 백령도를 잇달아 방문했다.

이날 서해 5도 어민단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NLL을 언급한 것을 토대로 ‘육지의 비무장지대와 유사한 해상 비무장지대를 NLL 일대에 지정해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상 NLL은 군사분계선이 아니다. 이 때문에 NLL은 남북 갈등은 물론, 중국을 포함한 국제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ㆍ중 어업협정에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은 중국어선은 서해 5도 주변 해역에서 조업이 가능하게 돼있다.

1992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남북은 정전협정 이후 쌍방이 실질적으로 관할해온 영역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를 적용하면, NLL 이남을 남측이 실질적으로 관할했기 때문에 NLL이 남북 간 경계선이 되는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번 정상회담 때 NLL을 언급한 만큼, 서해 5도 어민들은 NLL 일대를 육지의 비무장지대 성격의 평화수역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경우 NLL 무력화 논란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되는데,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현재 NLL을 유지하는 게 전제”라며 “북한이 공식적으로 경계라고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NLL ‘평화수역’은 한반도 화약고 안정화

NLL 일대가 평화수역으로 지정되면 무엇보다 한반도 최대 화약고가 안정된다는 것이다. 서해 5도와 인천은 물론, 한반도 전체적으로 전쟁위협이 줄어든다.

서해 5도 주민들은 남북 분단으로 국지전 피해를 겪으며 고통 받아왔다. 어민들은 지난 45년간 제한된 어장에서만, 그것도 야간을 제외한 시간에만 조업할 수 있었다. 우리 어선은 못가는 곳에서 중국어선은 낮이고 밤이고 어장을 싹쓸이했다. 평화수역이 지정되면 중국어선 불법조업 차단과 어장 확대, 야간 조업 가능으로 소득 증대가 예상된다. 또, 남북 공동 해상파시 등 남북 간 수산업 분야 경협도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서해 평화수역이 지정되면 인천에서 백령ㆍ연평도를 오가는 뱃길도 단축될 수 있다. 나아가 인천에서 해주ㆍ남포 간 뱃길을 복원하면 관광산업과 물류산업, 해양수산업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백령공항 활주로 건설의 경우 그동안 남북 대치로 인해 산을 마주한 동서방향으로 검토됐는데, 남북관계 개선시 남북방향으로 개설할 수 있게 돼 공사비를 대폭 낮출 수 있다. 나아가 백령공항은 서해 5도와 황해도를 연계한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거점 공항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항과 인천공항이 한반도의 관문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서로 얼싸안고 좋아하고 있다.(사진출처·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서로 얼싸안고 좋아하고 있다.(사진출처·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

인천은 동북아시아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노태우 정부가 적극적인 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인천항이 국내 2등 항만으로, 인천공항이 세계 20대 공항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한중수교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인천은 북방정책으로 바다와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며 항만산업과 항공산업이 크게 성장한 만큼, 남북관계 개선은 인천항과 인천공항이 동북아시아에서 허브역할을 하는 데 더욱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북한의 서해 관문은 대동강 하구 남포항인데 겨울이면 얼기 때문에 사실상 이용할 수 없어 인천항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 같은 기류는 이미 인천항만업계가 감지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지난 4일 ‘인천항을 거점으로 한 남북 경제 협력’을 의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시민단체와 학계 연구자들은 남포항과 인천항 항로를 복원하고, 남북 경협 확대 시 인천항이 물류산업 성장을 견인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항은 수도권을 배후에 두고 있고 남포항은 평양의 관문이다. 인천항과 남포항 항로 복원은 남북 간 물류를 촉진할 수 있다. 또, 1948년 이후 중단된 인천항과 해주항 항로를 복원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해주는 육로보다 해로가 더 접근성이 좋다.

육로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는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서 강화도를 거쳐 북한 개성을 연결하는 강화~개성 간 고속도로와 철도를 한 축으로 구축하고, 강화에서 교동을 거쳐 강령군과 해주시를 연결하는 강화~해주 간 고속도로와 철도를 다른 한 축으로 구축하는 게 요구된다.
남북 경협 재개로 개성ㆍ평양ㆍ금강산ㆍ백두산 관광 등이 다시 열리면 이를 지원할 항공노선을 구축해야 한다.

지난 8일 외교부가 ‘북한이 평양 비행정보구역(FIR)과 인천 FIR를 연결하는 제3국과의 국제 항로 개설을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항기구(ICAO)에 제안했다’고 발표한 만큼, 우선 중국과 일본 등 제3국 항공사가 인천공항에서 순안ㆍ원산ㆍ삼지연 공항을 취항하게 하고, 뒤이어 우리 국적 항공사도 취항하는 단계적 취항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천에서 개성으로, 해주로, 남포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더욱 진전하고 한반도 평화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남북 교류와 협력의 범위를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하고 구체화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정부당국의 실무회담과 ‘H’형 물류인프라 구축 사업 등이 한반도 경제 대동맥을 구축하는 사업이라면, 이를 모세혈관격인 지자체로 확산해 남북 교류를 촘촘하고 다양하게 진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경기도는 스포츠 교류, 개성지역 한옥 보존, 북한 영유아 영양 개선과 취약계층 지원 사업 등을 검토하고 있고, 강원도는 안변 송어양식장 건립, 금강산 산림병해충 방제 사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유엔 후원을 받아 남북 학생 강화ㆍ개성 교차 수학여행을 구상하고 있으며, 고려개국 110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와 수산자원 공동연구ㆍ기술지원, 접경지역 말라리아 예방치료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교류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이 경험을 살려 교류 지역을 더 확대하고 촘촘하게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 체제가 우리처럼 지방자치를 실시하지 않는 한계가 있지만, 정부당국을 채널로 활용해 개성직할시와 남포직할시, 해주시 등과 자매결연하고, 이 지역들과 교류를 활성화 하면서 이 지역 개발과 투자에 주도권을 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중국 베이징의 관문도시인 톈진은 인천과 자매결연 도시인 동시에 남포직할시와 자매도시다. 이를 토대로 우선 남ㆍ북ㆍ중의 관문도시인 인천과 남포, 톈진을 자매도시로 묶고, 인천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개성직할시와 해주시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이 경우 중국 경제특구와 자매결연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향후 북한 경제특구와 교류하는 데 유리하고, 인천도시공사도 북한의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데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