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진 오너 일가 갑질과 인하대 총장 선출
[사설] 한진 오너 일가 갑질과 인하대 총장 선출
  • 시사인천
  • 승인 2018.05.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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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총장 공백 상태가 5개월 째 지속되고 있다. 총장 없이 학위 수여식도 치렀다.

인하대를 소유하고 있는 학교법인은 정석인하학원이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이다. 정석인하학원은 지난 1월 최순자 총장을 해임했다. 인하대 발전기금으로 한진해운 회사채를 매입했는데 한진해운 파산으로 채권이 휴지조각이 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날려버린 학교 기금이 130억원이나 된다. 최 총장은 해임이 부당하다며 교육부에 소청심사를 신청했는데, 교육부는 이를 3월 28일 기각 결정했다. 이로써 정석인하학원은 총장 선출 절차를 거쳐 늦어도 5월 초에는 새 총장을 임명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잘 알다시피 한진그룹이 사실상 쑥대밭이 됐기 때문이다. 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국적기 이미지를 박탈하라는 청원이 청와대에 빗발치는 상황이다. 인하대 총장 선출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

학교 재단이 이 꼴이니 인하대 구성원들도 맘이 편치 않다. 그동안 억눌렸던 재단에 대한 불만들도 표출되고 있다. 그 불만들은 우선 총장 선출 방식 개선으로 모아지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총장들이 한진 오너 일가와 불화를 빚거나 학교 구성원 간 분란을 일으키며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났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류를 집어 던지고 폭언을 퍼붓자 모멸감에 그만 둔 총장도 있다. 총장이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학을 운영하기보다는 한진 오너 일가의 눈치를 보는 데 바빴다.

이렇게 된 배경엔 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부터 한진이 장악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결국은 총장을 조양호 이사장이 낙점하는 식이다. 대학의 자율적이고 민주적 운영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 투자 손실과 관련해 최 전 총장은 재임할 때는 ‘한진과 무관하게 학교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일’이라고 했다가, 해임 뒤에는 ‘한진과 논의해서 한 것’이라고 했다. 무엇이 진실인지 가리기 어렵지 않다.

인하대 교수회와 총동창회, 직원노동조합, 학생회 모두 총장 선출방식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총장후보추천위에 직원과 학생 참여를 요구하는가 하면, 총장 직선제 도입도 주장한다. 사립학교 소유권은 인정해주되 대학 운영은 정부재정을 바탕으로 공영 이사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방식의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제 한진 오너 일가가 답할 때다. 그동안의 갑질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개과천선하는 게 한진이 살길이다. 그 모습을 인하대에서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