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버스기사의 죽음…버스준공영제 이대로 괜찮은가?
73세 버스기사의 죽음…버스준공영제 이대로 괜찮은가?
  • 김시운 인턴기자
  • 승인 2018.04.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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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버스노조 “비정규직ㆍ촉탁직 양산, 인건비 줄여 지원금 차액 유용”
버스준공영제 운영 제도적 근거 마련 위해 조례 제정 필요

2014년 8월 23일 새벽, 인천 Y운수 버스노동자 유아무개(사망 당시 73세)씨가 서구 청라역 인근을 운행하는 자신의 77-1번 버스 안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유씨는 새벽 3시 52분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77-1번 버스가 평상시 사고 지점을 지나는 시각은 밤 11시 20분께로, Y운수노동조합은 유씨가 약 4시간 이상 방치됐고 골든타임을 놓쳐 그 후유증으로 2017년에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Y운수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묻는 <시사인천>의 전화통화에서 “대답하지 않겠다.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노조의 주장을 정리하면, 밤 11시 30분에 차고지에서 운행을 종료하는 77-1번 버스가 입고되지 않았음에도 담당 직원은 업무를 마감했다. 차고지로 돌아오지 않은 버스를 찾지 않은 관리 소홀이다. 유씨는 73세 고령에도 뇌출혈로 쓰러진 주에 하루 12시간씩 5일을 일했다.

유씨가 승객을 태우고 운전하다 쓰러졌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준공영제 지원금은 어디에?

인천시는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 운영을 위해 버스준공영제를 시행, 매해 1000여억원을 버스업체 32곳에 지원하고 있다. 민간 버스업체의 운행 수입이 표준운송원가(=버스를 하루에 운행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시의 지도 아래 책정된다)보다 적으면 그 차액을 시가 보전해주는 형태다.

그런데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데도 관련 조례 등 법적 근거 없이 2016년 체결한 이행협약서만으로 준공영제를 운영해, 지원금의 투명한 운영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버스업체 주축의 사단법인 인천시내버스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이하 수공위)가 지원금 운영 권한을 가지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에 이어진 감사원과 시의 특정감사에서 버스준공영제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이에 7대 시의회는 시에 회계감사 예산 약 3억원을 편성하게 했으나, 버스조합 주관으로 외부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한 이행협약서 때문에 시 주체의 회계감사는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행협약서엔 버스사업자의 부정행위 발생 시 해당 금액의 두 배만큼 차감한 재정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운전기사가 아닌 사람에게 지원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해 적발된 B업체가 오히려 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던 사례가 있을 정도로 버스업체의 입김이 강하다.

준공영제 지원금 사용과 관련해 규제가 없다보니 버스업체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면서 비정규직이나 고령의 촉탁직 노동자(=정년퇴직한 뒤 다시 재고용된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Y운수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시는 고용형태 구분 없이 정규직 급여 수준으로 지원금을 주지만, 실제 회사에 고용된 사람은 임금을 덜 줘도 되는 비정규직ㆍ촉탁직이어서 차액이 생긴다. 그러나 회계감사를 버스조합이 외부기관에 발주하게 돼있어, 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시가 관리ㆍ감독할 수 없는 구조다.

Y운수노조 관계자는 “유씨 사고가 일어난 후에도 버스업체는 시로부터 받은 지원금에서 인건비를 최대한 줄여 차액을 유용하고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마구잡이로 채용하고 있다”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버스회사를 부당하게 운영하는 현재의 모습은 안전 불감증과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인천 버스노동자의 처우도 열악한 상황이다. 2016년 광역자치단체 7개(세종 제외)의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산정된 인건비를 비교해보면, 인천은 하루 버스 1대 당 27만 4906원으로 최하위다. 서울과 부산, 대구 등 다른 도시들은 모두 30만원이 넘게 책정됐다.

지원금 총액 대비 인건비 비율도 서울 57.32%, 울산 57.12%, 광주 55.21% 등에 비해 인천은 유일하게 50%를 넘지 못한 46.98%에 불과하다. 인천 전체 버스노동자가 약 53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인천 버스노동자들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부담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한구 계양구청장 예비후보와 Y운수 노조는 19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인천 버스 준공영제의 실태를 비판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한구 시의원과 Y운수노조는 19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인천 버스 준공영제의 실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버스준공영제 조례 제정 ‘시급’

이한구(무소속) 시의원과 Y운수노조는 19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인천 버스준공영제의 실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버스준공영제의 제도적 근거 마련을 위해 조례를 제정할 것 ▲버스기사에게 정당한 인건비를 지급할 것 ▲수공위를 해산하고 인천시가 준공영제 운영 관리를 맡을 것 ▲유씨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인천 버스준공영제 이행협약서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의회 의결 대상이지만, 협약서 체결 시 시의회 승인을 받지 않아 위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한구 시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인천시 버스준공영제 운영과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수공위를 해산하고 시가 운영 주체로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이 조례안 심사가 보류돼 사실상 폐기됐다.

이 의원은 “버스준공영제 관련 조례가 없어 투명한 운영이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의 편의와 안전을 책임져야할 버스업체가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지 않고, 불합리한 운영을 하고 있다”며 “세금 누수를 막기 위해 제도적 근거를 시급히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