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반도기’ 조업이 불편한 인천시 공무원
[단독] ‘한반도기’ 조업이 불편한 인천시 공무원
  • 김갑봉 기자
  • 승인 2018.04.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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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옹진군수 예비후보 “반대의견 전달" 논란 키워
서해평화대책위 “한국당서 넘어온 후보가 색깔론 폄훼”

인천시 공무원, 어민들에게 “불법” 문자 보내

서해 5도 어민들이 서해 평화와 어장 확장을 바라는 마음으로 어선에 태극기와 함께 한반도기를 달고 조업하는 게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언론은 물론 영국 <BBC>와 일본 <NHK>, 한국 소식을 외국으로 송출하는 공영방송 <아리랑TV> 등이 백령과 대청, 연평도 방문을 예약하는 등, 취재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한반도기를 단 어민들은 인천시와 더불어민주당 옹진군수 예비후보로부터 ‘한반도기 게양은 불법’이라는 문자메시지에 시달리고 ‘뭣 하러 다냐?’는 핀잔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 수산과 어업지원팀장은 어민들에게 “정치권을 통한 어민 불편 해결책은 매우 좋지만 선거철 등에 어민들이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한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홀로 선박에 다는 (행위는) 선박법에 위반됨을 참고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그동안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에 시달려왔고, 일몰 이후 극히 제한된 공간에서만 조업이 가능해, 불만이 팽배해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남북관계 해빙기가 도래하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기로 하자, 어민들은 서해 평화와 어장 확장을 바라는 마음에 어선에 한반도기를 태극기와 함께 달고 조업에 나섰다.

그런데 정작 시 공무원은 ‘한반도기 게양은 불법’이라는 문자를 보내 찬물을 끼얹고 어민들을 압박했다. 여기다 옹진군 일부 면단위 관변단체장이 ‘한반도기 게양이 불법’이라고 얘기하고 다니는 것도 어민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서해5도 중국어선 대책위원회와 서해 평화와 생존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서해평화와 우리 어민들의 어장확장을 촉구하기 위해 어선에 태극기와 함께 한반도기를 달고 조업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서해 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위원회와 서해 평화와 생존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서해 평화와 우리 어민들의 어장 확장을 촉구하는 뜻에서 어선에 태극기와 함께 한반도기를 달고 조업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옹진군수 예비후보, “반대의견 전달했을 뿐”

민주당의 유력한 옹진군수 예비후보도 서해 5도 어민들을 힐난한 정황이 포착됐다. 서해 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위원회(이하 서해5도대책위) 관계자는 “민주당 옹진군수 예비후보가 ‘왜 깃발 다는 거냐. 뭐 하러 다냐?’고 전화해 심하게 다퉜다”고 밝혔다.

전 세계가 한반도 평화를 바라며 주목하는데 정작 인천시는 찬물을 끼얹고, 민주당은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등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계승해 남북교류를 활성화하는 게 강령인데, 이 당의 유력한 옹진군수 예비후보는 입장이 다른 셈이다.

파문이 커지자, 시 수산과는 “어민들이 걱정돼 보낸 문자다”라고 해명했다. 파문이 가라앉질 않자 ‘문자 발송으로 어민들의 활동에 어려움이 생겼고 오해가 생긴 만큼 문자를 보낸 사람들에게 다시 문자를 보내겠다’는 뜻을 어민들에게 전했다.

민주당 옹진군수 예비후보 A씨는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A 예비후보는 “(한반도기 게양을 주도한 어민단체 대표와) 통화하긴 했지만, 한반도기 게양을 반대하는 어촌계와 어민들이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반대가 있는 만큼 사전에 논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얘기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어민들이 없으니 어장 확장 등을 얘기할 때 ‘선주협회와 어민들과 논의를 거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라고 전화로 애기한 게 전부다”라고 덧붙였다.

서해5도대책위 관계자는 “A씨가 <시사인천>에 해명한 내용은 파문이 커지자 나중에 다시 전화해 통화한 내용이다. 그 전에 통화한 내용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서해평화대책위, “한국당에서 넘어온 사람이 색깔론 폄훼”

어민들이 어선에 한반도기를 게양한 건 불법이 아니다. 선박법 11조엔 ‘대한민국 국기를 게양하고 그 명칭, 선적항, 흘수(吃水)의 치수와 그밖에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표시해야한다’고 명시돼있다. 동법 32조를 보면, ‘한국 선박이 국적을 사칭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기 외의 기장(旗章)을 게양한 경우’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게 돼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나란히 게양했다. 태극기를 게양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 한반도기 또한 국적을 사칭할 목적으로 게양한 게 아닌 만큼 문제될 게 없다.

서해 5도 어민들과 함께 한반도기 달기 운동을 전개한 ‘서해 평화와 생존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이하 서해평화인천대책위)’는 민주당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지역위원회와 인천시당에 강하게 항의했다.

서해평화인천대책위 관계자는 “어민들의 한반도기가 불법이면 평창올림픽 한반도기도 불법이다. 서해5도대책위는 군수 예비후보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위법 운운한 것에 대해 모든 어민에게 즉각 사과할 것을 요구했고, 민주당 지역위원회가 후속조치 결과를 알릴 것도 요구했다”며 “일단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민주당 인천시당에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어민들의 노력을 자유한국당에서 넘어온 예비후보가 ‘색깔론’으로 폄훼하고 있으니 엄중히 문책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서해5도대책위와 서해평화인천대책위는 또한 어민들에게 ‘한반도기 게양은 불법’이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시 수산과 공무원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해5도대책위는 한반도기 게양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장태헌 서해5도대책위 공동대표는 “어장 확장 실현을 위해 출항 시 한반도기를 꼭 게양해줄 것을 어민들에게 당부했다. 아울러 태극기를 같이 게양해줄 것을 이번에도 알렸다”며 “서해 5를 더 이상 정쟁의 도구로 활용해선 안 된다. 서해 평화와 어민들의 어장 확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