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칼럼| 평화도시 인천을 준비하자
|신규철 칼럼| 평화도시 인천을 준비하자
  • 시사인천
  • 승인 2018.04.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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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철 객원논설위원
신규철 객원논설위원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1988년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한 후보가 ‘남북한 국토종단 순례대행진과 민족단결을 위한 남북한 청년학생 체육대회’를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 제안했고, 북에서 이를 수락했다. 통일 열기는 전국의 대학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그해 6월 9일에 연세대에서 ‘6.10 남북 청년학생회담 성사를 위한 백만학도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위 구호는 그날 대학생들이 외쳤던 구호였다. 나도 그 역사적인 자리에 참가했다.

그로부터 30년 흘러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만우절인 4월 1일에 말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쪽 아이돌 가수인 레드벨벳의 공연을 관람하고 기념사진까지 함께 촬영한 것이다. 전 세계가 놀랐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단일팀의 감동과 북한예술단의 공연까지만 해도 뭔가 크게 변하고 있구나 하고 직감은 했지만, 이번 남쪽예술단의 평양공연은 윤상 음악감독의 말처럼 그야말로 믿기질 않을 만큼의 감동이었다.

오는 4월 27일 드디어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다. 누군가 ‘통일은 거짓말처럼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30년 전 외침이 이제는 현실이 돼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밀물처럼 몰려오는 평화통일의 새 물결은 인천에 절호의 기회다. 인천은 남북 도시 간 교류협력에서 다른 도시들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2004년에 지역에선 처음으로 북측 인사 103명, 해외동포 50명 등이 참가한 가운데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를 치렀다.

2005년엔 북의 공식 초청으로 안상수 시장 등이 방북했으며, 8월에는 16회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북 선수단 20명과 청년학생협력단 124명이 참가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인천시 경제대표단과 민간대표단이 평양과 남포를 방문하기도 했다. 민간차원에서도 교류가 활발했다. 2008년에 인천겨레하나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천지부가 평양겨레하나치과병원을 준공했고, 2010년에는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가 대동강어린이빵공장에 원료와 시설 보강을 지원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북측 선수단이, 폐막식에 최룡해 등 북측 고위급이 인천을 방문했다.

그러나 평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최근 들어 시들해졌다. 민선6기 유정복 시장 취임 후 민선5기에 운영되던 ‘평화도시민관협력실무협의회’는 중단됐고, 남북교류협력기금이 바닥날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쪽예술단이 귀국한 4일, 인천평화복지연대와 평화도시만들기인천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 ‘평화도시 인천,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열렸다.

토론자들은 19세기에 진행된 첫 번째 ‘동북아 대회전’의 결과 한반도는 식민지로 전락했고, 20세기 두 번째 대회전은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졌으며, 지금 막이 오른 21세기 대회전은 앞선 두 번의 대회전과는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인천을 평화도시로 만들기 위한 조례 제정, 평화도시 기본발전계획 수립, 평화박물관과 평화놀이센터 설치 등,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안을 내놨다.

아울러 중국어선 불법조업과 남북 군사적 긴장으로 생존권과 해양주권, 어업권, 정주권을 침해받고 있는 서해 5도 주민들도 ‘서해 5도 한반도 평화선언’에 이어, 지금까지 활동해온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를 인천시민협의회로 전환해 어장 확대와 해상 파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인천은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상 중 환서해권 경제벨트의 거점도시가 될 것이다. 인천발전연구원은 인천을 한반도와 대륙을 연결하는 교통물류의 허브로 육성하고 동북아시아 물류센터로 만들어 환황해경제권의 중심 도시로 성장시키자는 전략을 제시했다. 남쪽의 ‘봄이 온다’ 평양공연에 김정은 위원장은 ‘가을이 왔다’ 서울공연 제안으로 화답했다.

다가오는 가을날, 한반도에는 어떤 거짓말 같은 기적이 일어날까?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비가 좋다. 한여름 농부의 땀이 깃든 가을의 황금빛 들판과 탐스런 과일의 상큼한 맛이 기다려진다.